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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영 화백 타계 1주기에 부쳐

취미 | 2008/07/21 21:04 | 일필휘지



오는 4월 25일은 대가, 말 그대로 대가이신 고우영 화백께서 타계하신지 1주기가 되는 날입니다.
거기에 따른 소소한 잡상.


제가 고우영 화백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초등학교 5학년때입니다.
그무렵 저는 주말만 되면 집 근처 서점에 눌러 앉아 살곤 했습니다. 그때 서점에 앉아 독파한 책이 꽤 되었습니다만, 왠지 모르게 저는 아동용 서적 근처에도 가지 않았습니다. 동화책보다는 역사소설을 많이 읽었었거든요.
(여담이지만, 그곳에서 읽은 책 중에 가장 마음에 들어서 있는용돈 없는용돈 다 끌어모아 구매한 책이 월탄 박종화 선생의 월탄 삼국지였습니다. 어린애 치고는 꽤 높은 레벨의 작품을 골랐다니...이야. 제가 생각해도 참...)
그무렵부터 활자중독증 증세를 보이던 저는 제가 읽을수 있는 책이란 책은 닥치는대로 읽었습니다.

뭐, 당시 초등학생이던 제가 만화책에 더 눈이 간다는것은 어찌보면 당연한거겠지요. 그래서 역사 관련 코너에 꽃혀있는 만화도 탐독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가운데에 끼어 있던 것이 고우영 화백의 "가루지기". 제가 가장 처음 읽은 고우영 화백의 작품입니다.
(....어린애가 볼만한 작품은 절대 아니지요. 우하하하.)

당시로서 순진(...)했었던 저는 그 만화에서 암시하는, 내지는 드러내는게 무슨 뜻인지 모르면서도, 특유의 위트에 배꼽을 잡았던 기억이 선합니다. 지금 덧붙이자면 판소리와 민담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를 새롭게 해석한 이야기 - 라는 식의 수식어를 덧붙일 수 있겠지요.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조금 이야기가 새지만, 정작 가장 좋아하는 역사 만화는 고우영 화백의 작품을 다 젖혀두고 윤승운 화백의 "맹꽁이 서당" 입니다. 윤승운화백에 관련된 이야기는 나중에 또 이야기할 기회가 있겠지요.)

그 외에도 임꺽정, 서유기, 십팔사략 등을 닥치는 대로 읽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서유기가 그 서점에 1권밖에 없어서 뒤의 내용이 궁금해서 어쩔 줄 몰라했었습니다. 정작 걸작으로 꼽히는 삼국지와 수호지는 당시 읽지 못했었지요. (소설로서의 삼국지-수호지는 이미 독파한 뒤였습니다. 수호지를 먼저 읽어서인지, 지금도 삼국지보다는 수호지를 더 좋아합니다.)


...그 후, 6년여가 흘러 고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만, 제 버릇 누구 줬겠습니까. 제 활자중독증은 무대를 서점에서 도서관으로 바꿨을 뿐, 그 진행은 계속 되었습니다. 교내 도서관에서 사서를 하기도 했지만, 제 주무대는 교내 도서관이 아닌 학교와 담장 하나만을 사이에 둔 시립 도서관이었습니다. 점심 시간 전에 도시락을 까먹고 점심시간이면 담을 넘어 도서관에 드나드는 생활을 했었습니다(가끔. 담임선생님한테 걸려서 한대씩 쥐어박히기도 하고. 큭큭; 결국에는 그러려니 하셨지만서도.)

그곳에서 만난것이 고우영선생의 작품집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많은 책들이 다 삭제판 - 한국 만화계의 그림자 - 이었다는것이 정말 비분강개할 일입니다. 뭐, 삭제판이라 한들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요. PC 통신을 막 시작하던 당시, 사람들에게 그 작품들이 모두 잘릴대로 잘린 물건들이라는 얘기를 듣고 "무삭제판은 어디서 구할수 있을까요" 라고 질문했는데 "헌책방을 뒤져보라" 라는 대답을 들었던 기억이 선합니다.

좌우간, 그렇게 해서 저는 고우영 화백의 작품을 계속 읽어댔습니다. 어지간한 작품은 대사까지 줄줄 외울 정도로요.
(그정도로 공부를 했으면...이라는 부모님들의 메인 레파토리가 왜 이렇게 낮부끄럽게 들리는지.)

고등학교 졸업 후, 가슴에만 담고 있던 작품들....결국 나오게 된 무삭제판 삼국지에 환호하고, 잇따라 복간되는 작품들에 열광했으며, 당시 스포츠신문의 지면과 인터넷에 연재되던 새로운 작품들 - 특히 수레바퀴! - 에 기뻐했습니다.

제가 군에 복무하던 중에, 타계하셨다는 소식을 듣고는 한참동안이나 아쉬워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후임병이 휴가 복귀하면서, 고우영 화백의 타계 소식을 저에게 전했고, 휴가 중에 그것을 확인되면서 부디 헛소문이길 바란다는 생각을 했습니다만, 돌아가신 분이 살아나시지는 않는 것이지요.


한국 만화계의 큰 별, 그분이 그렇게 가신지 곧 1주기가 됩니다. 오늘같은 날은 그분의 작품을 한번쯤 더 읽고 싶어 지는군요.




 - 2006년 4월 21일, 이글루스에 썼던 글을 그대로 옮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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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필휘지, 그 말 그대로. 거침없이, 생각한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