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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8/19 ECW - One night stand 2006 에 대한 단상 (8) _ 일필휘지

ECW - One night stand 2006 에 대한 단상

취미 | 2008/08/19 22:00 | 일필휘지

(본 포스팅은 프로레슬링이라는 서브컬쳐에 담긴 폭력적/마초적인 문화를 수용할 자신이 없으신 분께는 읽으라고 권장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ECW 원나잇 스탠드 2006에 대한 약간의 스포일러 역시 담고 있습니다.)


....역시 WWE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 그렇다 치고 한가지가 정말 마음에 안 드는군요.
바로 샌드맨의 등장 신입니다.



ECW가 한창 날릴때 샌드맨의 등장 장면


2005 ECW 원나잇 스탠드 2005에서 샌드맨의 등장 장면.


이쪽은 ECW 원나잇 스탠드 2006에서의 샌드맨의 등장 장면


보고 뭔가가 느껴지십니까?

샌드맨의 등장은 이렇습니다.
메탈리카의 "Enter Sandman" 의 도입부 솔로 기타가 깔리고, 그 순간 관중들은 ECW의 하드코어 아이콘, 샌드맨의 등장을 고대하며 함성을 지릅니다.
그리고 관중석 어딘가에서 샌드맨이 홀연히 나타납니다. 입에는 담배를, 손엔 죽도를, 다른 한 손엔 맥주를 들고 말이지요.
한 손으로 맥주 캔을 찌그러뜨리며 맥주를 까고 게걸스럽게 맥주를 마신 후, 맥주 캔을 머리로 들이받아 찌그러뜨립니다. 그리고 맥주를 뿜어 대지요. 그 동작 하나하나에 사람들은 죽도록 환호합니다. 샌드맨은 그들의 영웅이니까요.
그리고 사람들은 일제히 따라 부릅니다. 그의 등장 음악인 Enter Sandman을.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Enter Sandman 이라는 음악입니다. 메탈리카의 명곡이라는 것은 둘째 치고...Enter Sandman 이라는 음악은 그 자체가 ECW를 상징하는 인물인 샌드맨의 아이덴티티라고 할만한 것입니다. 왜 그런지는 위의 동영상에서, 일제히 Enter Sandman을 합창하는 관중들에게서 볼수 있겠습니다.

저기에서 Enter Sandman이라는 음악이 빠지면 어떨까요.


되살아난 ECW에서는 Enter Sandman을 들을 없었습니다. 대신 뭔가 허전한 기타 반주만이 있을 뿐입니다.
모든 관중이 Enter Sandman을 합창하는 장면 역시 더이상 볼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러겠지요.
샌드맨의 입장과 무브먼트는 사람들에게 전율을 안겨주지만, 그의 경기력은 냉정히 말해 눈물이 정도로 형편없습니다. WWE의 입장에서는 오래 데리고 있을 선수는 아니지요. 그런 선수를 위해 비싼 메탈리카에게 돈을 지불하고 Enter Sandman의 판권을 살거라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WWE로서는 당연한 입장이겠지요. 만약 길게 데리고 있을 생각이라고 해도 저작권료를 지불하는 대신 자신들의 테마로 미는것이 순리이겠지요.

시각을 바꿔 생각해보면, ECW 의 쇼는 생방송으로 진행입니다. 현재 녹방으로 간다는 설이 있지만, 애초에 기획은 라이브였고, 그에 맞춰 모든 것이 돌아가는 것입니다. WWE의 토대는 미국 현지에서 월요일 저녁시간대에 생방송으로 치뤄지는 "RAW"입니다. 거기에 관점을 맞추면 Enter Sandman을 포기하는 다른 이유가 보이기도 합니다. WWE 선수들의 등장 음악을 들어보면, 음악이 시작하는 부분의 2~3초 내에 하나의 포인트가 존재하고, 그 포인트가 어느 선수의 입장인지를 알려주는 역활을 합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스티브 오스틴이 등장할때의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 더 락의 테마에서의 "IF YA SMELL --- !!", HHH의 테마라면 모터헤드의 무거운 기타반주, 헐리우드 헐크 호건이라면 지미 핸드릭스의 늘어지는 기타 반주. American Badass 기믹의 언더테이커라면 림프비즈킷의 Rollin에서의 반복구. 음악이 들려오는 순간 WWE의 팬들은 누구의 등장인지 확 알아채고, 거기에 맞는 반응을 보내곤 합니다. 말하자면 등장의 임팩트가 등장음악의 처음 부분에 집중되어 있다고 할 수 있겠지요. 이것은 생방송에서 파생된 필연이라고 봅니다. 방송 시간은 한정되어있지만, 관중들의 반응을 그때그때 얻어야 하니까요. 관중 반응 없는 프로레슬링만큼 비참한 스포츠도 없습니다.
샌드맨의 등장 역시 반주가 깔리는 순간 누구의 등장인지 팬들이 알아 챕니다만, 그 절정은 1~2분이 지나야 찾아옵니다. 2분이라는 시간은 2시간의 방송을 가정했을때 60분의 1, 광고 시간을 모두 재한다면 그 비중은 점점 더 커집니다. 생방송에서 골든 아워의 1~2분을 한 선수의 등장에만 할애하는것은 바보짓이겠지요. 그런 패착은 WCW의 쇠락기의 빌 골드버그 하나만으로도 충분합니다(빌 골드버그는 5분에 달하기도 했지요.).


Enter Sandman을 포기한것은 운영하는 측의 입장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 되겠지만, 시청자, 그리고 팬의 입장에서는 슬프기 그지 없는 일입니다. ECW의 골수팬이 아닌 제 입장에서도 말이지요.

ECW의 TV쇼를 방영하는 방송사측에서 녹방으로 방향을 선회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생방인 경우는 어쩔수 없겠지만, 만약 녹방으로 전환하게 된다면 Enter Sandman 을 되살려 줬으면 하는 작은 소망을 가질 뿐입니다. 현지의 팬들은 시청률과 PPV 구매율로 그것을 심판할수 있겠지만 저는 그럴수가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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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루스에 썼던 글을 약간의 편집을 거쳐 그대로 재업로드합니다.

벌써 시간이 2년이나 지난 글이네요.

제가 썼던 글 중 그래도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드는 글이라 이렇게 재업로드합니다. 아마 환영받기는 힘든 글일테지요.

제가 프로레슬링을 처음 좋아했었던 그때부터 지금까지, 프로레슬링은 죽 마이너 중의 마이너 취미였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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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필휘지, 그 말 그대로. 거침없이, 생각한대로.